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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모정의 세월...

가을 들녁...
온통 황금들녁이 차츰 추수가 끝나가며 변해가고 있다.
최근 몇일간...
콤바인의 요란한 소리... 주위에 가족들 이웃들이 도와주며 벼이삭이 바로 푸대에 담아져 내려온다.
미국에서나 보아오던 콤바인...푸대에 담는게 아니라 담프트럭처럼 생긴곳에 콘베어를 타고 벼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때는 주위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없다.
혼자다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그옛날...
낫으로 하나하나 베어 뚝에 말려서 지게로 지고 마당에 옮기고...
동네사람 모두모여 절구통에다 때려서 한알 한알 떨어지게 하는 바슴를 했다. (바슴:아마도 충청도 사투리)
그리고는 마당에 말리고 마지막으로 곳간에 담아두던 시절은 아득한 옛날 이야기인가?

바로 엇그제 같은데... 다 잊혀져 가는 옛이야기이다.
참 좋은세상이란게 느껴진다.

農者天下之大本
농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한 직업이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그렇게 농사짓기가 편해졌는데도 농사는 최하위 직업으로 전락했으니...
그만큼 소득수준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변해서 어디를 가도 컴퓨터 시대다.

하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은게 있다면...

어머니의 변함없는 자식정...덧붙여 깊은 속마음의 아버지 사랑.

출퇴근하며 만나는 시골의 어머니들...
내어머니 또래되시는 70대 어머니들...
온통 길가에는 벼를 말리느라 검게 되신 어머니들...
남들이 먹을 농협수매용은 기계에다가 말리고 ...
자식에게 줄것은 어머니들이 하나 하나 종일 땡볕에 앉아 햇볕에 뒤집으며 정성을 다해 말리고 저녁에는 담고...

그이튼날 다시 말리고 몇일을 고생해서 집안 한구석에 두었다가 자식이 내려올때마다 한가마씩 방아간에 싣고가 방아져서(바로 그이름은 태양미...기계에 말린쌀보다 밥맛이 천지차이) 자식차 트렁크에 싣어주시는 시골의어머니...
자식에게만은 태양미를 먹여야 한댄다.

저녁에 퇴근하며 만난 동네 아주머니...
캄캄한 밤중에 마당에 선풍기 틀어놓고 들깨를 불어대고 계셨다.
<밤중에 고생하시네요>
<애들한데 참기름이나 짜둘라고... 오늘해야...내일 모래 올때 올려 보낼라구 이고생 한대유~>
그저 자식하나 잘먹고 잘살면 그게 행복이고 기쁨이다.

밤중에 터벅 터벅 예산 벌판을 걷다보면 후래쉬불빛이 왔다갔다한다.
내가 가까이 가자 후래쉬가 내게 비춰진다.
<보챙이 엄마감?>
<아니...바로 저위동네 회사다니는 사람입니다.>
<아~ 알겠구먼...자징거 타구 댕기는 양반이구먼...뭘 차두구서 이밤중에 걸어다녀... 애들줄거 벼를 말리는디 지키고 있슈>
논 한구석에 텐트를 쳐놓고 그속에서 주무시는데 집사람이 올시간 되서 기다리고 계시댄다.

엇그제는 고구마 캐는 동네 아줌마...
지나가는 나를 붙들어 놓더니 봉지에 한봉지 담아주며 먹어보랜다.
그집도 자식들에게 한자루씩 줄라고 캐고 계시댄다.

우리 엄니도 분명 시골살면 저모습 이실게다.
지금도 서울에 올라가면 어디서 주어다 놓으셨느지 휴지며 뭔가를 주지못해서 안달이신 우리 엄니...
시골에 안사시는게 가끔은 다행이라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그 많은 자식 다 챙겨주실려면 그고생이 상상이 되기때문에...

저녁에 선풍기 바람에 조금이라도 자식에게 잘해주려 밤잠안자고 깨를 속는 어머니의 마음...
우리 어머니들의 끝없는 자식사랑인 것 같다.

벌판에 벼를 말려놓고 밤이슬을 맞으며 몇날밤을 텐트속에서 지내시는 아버지의 자식사랑도 똑같다.

그 어머니 아버지들이 돌아가시면 그 다음은 어떨까?
바로 우리 세대...
집사람도 자식이라면 모두 지고만다.
나에게서는 모두 이기면서...
찐빵을 좋아하는 아들...
덕산장에 찐빵 잘하는 사람이 있다.
꼭 가야한다. 아들땜에...
떡집앞을 지나다 내가 좋아하는 떡 하나 사달라면 하나도 안사주면서...아들에게 줄 찐빵은 한참을 돌아가도 사야한다.

지나다가 뻥과자 꼭사야한다.
우리딸이 좋아하기땜에...
내가 좋아하는 호도과자는 안사주면서...

처음 예산을 내려와 시골냇가로 우렁이를 주으러 간적이 있다.
큰우렁이 하나를 깨쳐더니 그속에 새끼우렁들이 우글우글...깜짝놀랐다.
바로 그우렁이 새끼들이 엄마살을 파먹으며 자라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연히 그 엄마우렁은 새끼에게 먹이제공하며 생을 마감하느 것이 아닌가?

바로 우리 어머니들이 그런 우렁이의 모습이 아닐까?
자식하나 잘되라고 밤낮으로 기도하며 온몸을 불살으는 우리어머니들...

모정의 세월이다.

나는 어떤가?
서울에 떨어져 내려와 전화라도 일주일에 한번 할까말까하는 불효자식...
오늘은 전화라도 한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