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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동창 이야기

구항 사는 성현이...

    ♤-성현이 딸이 결혼한대요.-♤ 성현이... 초등학교 앨범을 보면 까까머리에 순해빠진 시골친구 성현이가 있더군요. 성현이가 어떤 향기를 갖고 있는지 아시나요? 성현이를 만날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마음이 배어 나오게 하는 시골 아저씨...농촌의 냄새가 듬뿍밴 친구지요. 십년전... 서울에서 삼십년 가까이 살다가 예산에 내려왔지요. 그리고 고향동창회에 처음 나가 성현이를 어른이 되버린 보았을때 느낌은 그옛날 그대로 순박한 얼굴을 하고 한우를 몇십마리 기르고 논농사를 하는 농부의 모습... 어려서 보았던 고향의 어르신 같았습니다. 사람의 향기는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성현이의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 한우와 함께한 삶이었습니다. 고향 신정리를 떠나 홍성 구항에 터전을 잡은 성현이... 바쁘게 살던 삶에서 어느날 갑자기 동창들을 만나고 싶더랍니다. 그래서 교육청에 전화해서 언암초등학교 전화번호를 알아서 동창회가 있는지 알아보았답니다. 학교에서 몇회 졸업생인지 물어보더니.... 가까이 사는 재희네 전화번호를 알려주더랍니다. 구항 친구네 집에서 동창회를 한번 했었지요. 논틀 건너에 한우 우사가 있었고 맞은편 양지바른 곳에 살림집이 있는데... 얼마나 깔끔하게 정돈하며 사는지 집안 어느곳에도 먼지하나 없이 살림하는 성현이 집사람을 보고 또한번 놀랐었습니다. 그뒤로 친구네 집에 불쑥 찾아간 그날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고... 성현이의 삶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사람과 소의 만남... 태고에서부터 소중한 만남이었습니다. 어려서 언암리 살 때 우리집에도 십년가까이 같이 살아온 한우가 있었지요. 동네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소로 유명하였습니다. 짊을 싣고 언덕받이를 올라가다 힘이 부치면 무릎으로 기어서라도 올라가던 소였습니다. 아버지가 시골생활을 접고 서울로 올라갈 때 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날을 아버지는 잊지 못합니다. 자신이 남에게 팔려간다고 알아차린 우리집 소는 잘먹던 여물도 안먹고 구석에서 나오지 않더랍니다. 억지로 끌려가는 소를 본 순간.... 소의 눈에 큰 눈물이 흘리는걸 보셨다고 하더군요. 가면서도 자꾸 뒤돌아보던 한식구와 같았던 우리집 소... 저도 그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살아왔는데... 성현이는 한 마리도 아니고 몇십마리를 자신의 자식처럼 기르는 친구입니다. 동창회 모임이 있는날에도 언제나 소걱정으로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항상 어디가 아픈지는 않은지... 배가 고프지는 않은지... 새끼는 별일 없는지... 마음이 항상 초초 긴장인 성현이 모습을 봅니다. 그런 정이 많은 사람만이 한우를 키울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틀전... 한낮에 핸폰이 울리더군요. “나...성현이여...” “그려...별일없고... 소들도 잘있지?” “맨날 그렇지뭐...” “올해는 송아지 몇 마리나 낳았어?” “한...이십마리 넘을겨....” “고생했겠다....한두마리도 아니고...” “맨날 하는일인디....뭐” “두현이 딸 결혼하고...네딸은 언제 결혼시키냐?” “사실은 그것 땜에 전화했어” “그려....축하한다” “언제? 어디서?” “날짜는 12월 17일로 결정 봤는디...예식장이 꽉찼어...서울서 하려고 하는데...“ “그려...알았어...축하혀” 우리 친구들 자식 결혼식날... 소땜에 참석 못하면... 자식을 보내서라도 축하해주던 성현이... 지난번 숙자딸 결혼식 효숙이 딸 결혼식에 왔던 그 딸이... 결혼 한답니다. 12월 17일 일요일에.... 2006년 11월 25일 아침....천안/영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