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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아내의 전시회...

내아내...
하나뿐인 아내...
호가 시울이다.
내가 없는 호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3일전에 예산도서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연묵회 작품 전시회>

예산에 내려와 시골생활을 같이해온지 5년동안 그녀가 얻은 것이 있다면 두가지...
한가지는 물만 만나면 무서워 해수욕장 근처에 가지도 못하던 그녀...가더라도 모래사장에서만 놀다오던 그녀가 수영을 배웠다.

또한가지는 서예...
애들 학교보내고 산에나 다니는 것으로 여유시간을 몇개월 보내던 그녀는 수영학원에 등록을 하겠댄다.
<그래...한번 해봐...얼마나 하나>
그리고 조금있다가 도서관에서 하는 서예반에 들어갔다.
그 재미없는걸 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수영은 최근에 중단하고 있지만...
두가지를 몇년을 계속하면서 그녀에게서 많은 변화를 보았다.

우선 수영...
20년 결혼생활중 해수욕장에 가면 내가 수영하는것을 부럽게 쳐다보던 그녀가 이제는 변했다.
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배곱을 쥐고 웃는다.
한마디로 개헤엄이란걸 탄로가 났다.
100 미터만 가면 헉헉대는 에너지소비형 수영이란걸 탄로가 나면서 그녀앞에서는 수영을 못한다.
<나좀 수영 가르켜 주라...응>

작년 초여름...
해수욕장 개장하기전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 갔다.
수영복을 준비해간 우리...
한번 들어간 그녀가 한시간이 쉬지않고 수영을 한 모습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몇분만에 숨을 쉬기위해 서서 헉헉대는 나와는 너무나 대조적...

서예를 시작한후...
그녀와의 밤시간... 같이있는 시간이 적어졌다.
내가 잠들어 있는사이 그녀는 조용이 붓과 벼루와 씨름하는 것이다.
초저녁잠이 많은 나는 그녀가 서예를 하는지 뭘하는지 잠만 잤다. 옆자리에 없는걸 가끔 발견하곤 놀랄때도 있지만...

지난 몇개월...
한참을 지난 저녁시간이면 부엌으로 나간다.
(집이 24평이라 거실이 없음...부엌이 유일한 작업공간이다)
100년묵은 여우가 닭잡아 먹으려 남편몰래 나가듯이...
쓰고 또쓰고...
붓을 산다고 천안을 간다고 난리다.
그러더니 벼루를 사러 서울에 가야겠댄다.
묵을 가는데 몇시간이 걸린다.
묵가는것은 정성,바로 정성이 부족하면 좋은글씨가 안나온대나...

그러더니...
몇일전 전시회를 연다고 법석을 떨었다.
항상 붙임성이 없는 나는 하면 하는가보다 내버려 두었다.

드디어 전시회날...
전시회를 하는지 안하는지 관심이 없던나...
전시회가 있는지 없는지 잊어먹을 즈음...
10시쯤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꽃한송이라도 가져와야해>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무심한 남편 이때 점수나 따볼까?
꽃집에 가서 큰맘먹고 화분하나 맞추었다.
<시울선생...수고했어...이영로>
그리고 전시회로 가서야 느꼈다.
안왔더라면 큰일날뻔 한걸...

다른집 남편들 때빼고 광내고 큰화분에 난리다.
사진사까지 동원해 사진찍고...
회사작업복에 머리도 그날따라 안감은 내모습...
그래도 남편이 왔다고 좋아한다.
그녀가 쓴 한글 서예를 비롯 회원들의 작품을 보는사이...
떡을 좋아하는 나에게 한접시 가져오고...
떡이 입에 들어가질 않는다. 그좋아하는 떡을 하나도 못먹고 나왔다.
그날따라 얼마나 마누라가 아름다워 보이는지.
<그래 장하다. 밤새며 싸운보람 있구나.>
속으로만 얘기한다.

숨어있는 재능... 캐내야한다.
누구나 재능이 있지만 모르고 일생을 사는사람 얼마나 많을까?
오늘밤은 마누라한데 수고했다는 말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