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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황야의 무법자...

밤은 캄캄하다.
서울에서 살때는 밤이 캄캄한줄 별로 몰랐다.
어디를 가나 가로등으로 환한길...
건물에 가도 낮보다 환한 등이 비친다.
서울에 밤은 낮보다도 화려하다.

시골의 밤은 정말 캄캄...말 그대로다.
달도 없는날...
요즘은 해가 짧아 6시만 되도 암흑이다.
퇴근시간이 되면 캄캄한 암흑세계로 난 들어간다.
집으로 걸어가는 시간...
언젠가부터 후레쉬가 없어졌다.
처음 시골에 내려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때 항상 후레쉬를 챙겼다.

너무 밝은데서 살아온 습관이 후레쉬없이 시골밤길을 다니는건 상상도 못하였기때문에...
후레쉬를 없애는데 일년이 걸린것 같다.
항상 다니는길... 어디에 돌뿌리있고 어디가 물웅뎅이 있는지 잘안다.
길이 익숙해지니 후레쉬는 거추장스런 장식품이 되어 버렸다.
없애버린지 오래...

논만 있는 평야를 5킬로나 걸어야 읍내가 나온다.
사방 멀리 군데 군데 있는 마을의 가로등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그렇게 많은 별들이 내려다 보고 있는줄 몰랐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들은 변함이 없다.
가끔 떨어지는 별똥별이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여름의 시골밤길은 들파리,날파리 하루살이들의 세계지만 겨울의 밤길은 나혼자만의 세계다.

뽕~
뽕~뽕~
뽕~뽕~뽕~
갑자기 음악소리가 들린다.
바로 내몸에서 나오는 음악소리...
무언가 생리현상이 몸안에서 벌어지고 급하게 전해온다.

참을것인가?
아니면 발사를 할것인가?
판단을 해본다.
그래 이곳이 적당한가 아니면 저쪽이...
저쪽이 좋겠다.
캄캄한 밤이 나에게 용기를 준다.

엉덩이를 내리고 드디어 작업을 시작한다.
시원한 바람이 아래쪽에 느낌이오고...
그윽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큰게 논바닥에 떨어진다.
<내년에 이곳의 벼는 아마도 다른곳보다 두배는 클거야> 혼자 이야기한다.
밤하늘을 본다.
별이 빤짝 빤짝~ 난 보았지...니가 뭘하는지.

그때만큼 밤하늘이 아름다운 적이 없는 것같다.
별과 나만의 비밀작업...
뒷처리는 시골살때 볏짚화장지로 익숙한 나...
널려있는 볏짚들...
별문제가 안된다.

가끔은 내몸의 생리현상이 나를 무법자로 만든다.
밤이 주는 특혜...
논에 주는 나의 특별 서비스...
자연과 사람이 함게 어울려 살아가는 자연스런 현상...
나만의 판단이다.

그런일 한두번 있지만...
낭패를 본경우도 한번있다.
일을 보는데 멀리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인다.
시골 논길도 포장이 되어 차들도 가끔 다닌다.
한참 크라이막스로 나오는 순간인데 포기할수 없다.
고개를 푹숙이고 가만이 있을수밖에...
헤드라이트는 점점 가까이 오고...
나의 고개는 점점 더 땅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날 따라 낮에 비가와서 도로는 군데군데 물이 고여있었다.
차는 엉덩이를 내린 나를 발견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손살같이 지나간다.
하지만 그순간...
시원한 샤워세례가 머리위에 ?P아진다.
<아~ 이럴수가~>

그날 집사람의 심문이 시작되었다.
<왜 옷이 이모양이야>
<무슨일인지 대답못해>
나는 대답을 못한다.
<몰라...오다가 그냥 물에 빠졌어>

가끔 벌어지는 황야의 무법자...
가능한
<참아야 하느니라...참는자에 복이 있나니...>
노력해 볼련다.
언제 어떻게 될지 속모르는 내속이 속을 썩인다.

황야의 무법행동...전과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