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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도리캐질과 와륭기계를 아시나요?

<와륭~와륭~와륭>
그옛날 시골살때 와룡기계를 아시나요?
마당에서 날마다 후려치던 도리캐질을 아시나요?

옛날 시골살던 사람의 머리속에 깊이 새겨진 그모습은
지금도 머리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회사에서 오다가 오늘은 한가하게 일찍 퇴근하는김에
다른마을로 돌아서 가고 싶었다.
가을은 깊어가고 사나이 가슴에 파고드는 가을의 향기는 어디론가 자꾸만 가고싶을 때가 있다.
<맴이 싱송 생송 하네요>
아직도 나에게는 열여덜살 소년의 때뭍지않은 구석이 있는가보다.

<아니 저건 또 뭐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풍경이 있었다.
아줌마는 마당에서 도리캐질을 열심히하고 그옆에선
아저씨가 와륭기계를 돌리며 콩을 터는게 아닌가?
여기는 용인의 민속촌도 아닌데 저런풍경이 지금도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지난번에는 소달구지가 나의 맘을 마구 옛날로 돌려놓더니 오늘은 저모습이 또 나를 옛날로 돌아가게한다.

우리동네의 어느 처녀아가씨...
동네 콩콜대회에 나가서 옆동네 총각이랑 눈이 맞아 연애를 한게 소문났다.
그소문이 그처녀 부모님귀에 들어갔다.
그부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마당에 있는 콩깍지에 도리캐질을 하며 화를 풀던중...
문제의 딸이 마침 도착하자 그 도리캐질이 그처녀에게 향하였다.
얼떨결에 한대 얻어맞고는 쓰러진 그처녀...
엄마가 아빠를 부둥켜 말린사이 그처녀는 다친몸으로 걸음아 나살려라 옆동네의 총각한데 달려갔다.
그날로 둘은 서울로 사라졌다.

도리캐질 사건이다.
이웃집 아줌마가 얼굴에 시퍼런 멍을 하고 돌아다녔다하면 소문이 퍼졌다.
도리캐질로 싸웠다고...
옛날에는 부부싸움하다가도 도리캐질로 때렸다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리캐질...
나도 많이도 해봤다.
한바퀴돌아 도리캐가 가장 위에 올라갔을때 힘있게 내리쳐야 효과만점이다.
우리엄만 내가 돌리캐질 할때면 항상 하던얘기...
<우리새끼...증말 잘현다...증말>
그러면 난 신이나 더 힘차게 내려쳤다.
바짝마른 콩깍지에서 콩이 후르르 떨어진다.
칭찬이란 그래서 좋다. 사람을 신바람나게 하는 것...

와룡기계(수동탈곡기: 발로 레바를 밟으면 탈곡롤라가 돌아가는 옛날 수동탈곡기...)
어른들이 하는 와륭기계는 왜그리도 재미어 보이는지...
벼타작할때 그것도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기술과 기능이 겸비한 사람은 벼타작속도가 다른사람보다 몇배가 빠르다.
벼포기를 한아름 안은 그아저씨는 힘차게 돌아가는 와륭기계에 한번대고는 이번에 뒤집어 한바퀴 빙 돌려 벼포기를 휙 집어던진다.
나도 하고싶어 아무도 없을때 동생과 둘이 해보다가 다칠뻔도 많았다.

추수때...
쉴참으로 일꾼들이 막걸리 한잔 마시려 안으로 간사이...
동생과 나는 와륭기계로 달려갔다.
처음에 힘들게 돌아가던 와륭기계는 조금지나자 탈력이 생겨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조금있자 힘차게 울기시작한다.
<와륭~와륭~,>
하며 점점 속도가 빨라질때 벼포기를 한아름 안아다 와륭기계에 �다.
갑자기 딸려간 내몸...
깜짝놀라 벼포기를 놓아기 망정이지 큰일날뻔 했다.
벼포기가 와륭기계에 엉켜붙어 한참이나 멈추게 하여 아버지에게 혼이났다.

도리캐질로 도망간 처녀총각...
몇년후 둘은 성공하였다는 소문이 퍼지고...
검은 택시를 타고 그부부는 동네에 나타났다.
생전못본 옷에 예쁘게 화장하고...
<내가 잘못했구먼...얼매나 화가 났으면 그랬거냐.용서혀라>
도리캐질로 때렸던 그아빠의 말꼬리가 내려갔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딸한데는 말꼬리를 내릴게다.

연애했다 소문이 바로 결혼으로 이어지던 그시절의 얘기다.
지금들으면 소설같은 얘기지만...

가끔보는 옛날의 그 농사짓던 모습...
잊어먹었던 그 모습이 재현될때는 왜그리도 아름다워 보이는지...
확실히 난 옛날사람인가 보다.

<지금은 컴퓨터 시대여...지금도 컴퓨터로 말하고 있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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