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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창밖의 남자...

창밖의 남자...
조용필의 노래제목과 비슷하다.

내가 바로 창밖의 남자다.
그리고 얘기하려는 남자는 창속의 남자...
퇴근때마다 내마음을 흔들어 놓는 창속의 남자.
창속에 남자를 본 창밖의 남자는 잠시 우울하다.

캄캄한 시골길을 걸어서 퇴근하는 나...
회사를 나와 첫번째 만나는 집이 있다.
해가 짧은 요즘...
캄캄한 밖에서 불켜논 창속은 너무 잘 보인다.
그 방속에선 내가 지나가는지 모르고...
무언가 하고있다.

창속에 있는 그는 방속에서 무언가를 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창속의 남자는 운동기구에 몸을싣고 움직인다.
맨처음 그광경을 목격한 나는 한참을 서있었다.
척추 장애인... 말로만 듣던 그 장애인.
웃음을 잃은 그는 해야한다는 의지가 서려있다.

그의 사고 소식을 들은건 이년전 이맘때던가...
건축공인 그가 건축일 하다 2층인가 3층에서 떨어졌댄다.
그때 소식으로는 거의 죽었다고 했었는데...
다행히 깨어났으나 하반신 마비...
일년여 병원에서 있었으나 결국은 집으로 왔다.
더이상의 진전을 기대 못한 모양이다.

그의집은 지은지 5년이 조금넘은 새집이지만 아직도
마무리가 안된채 남아있다.
집짓는 기술자인 그가 마무리 했어야 하지만 몸이 그렇게 된후 중단된채 그대로 입주해 살고있다.
주위에 감나무 몇구루... 조경도 제대로 안되 썰렁하다.

사십초반인 그는 아내와 초등학교다니는 두자녀가 있다. 아침에 출근할때면 그의 아내는 지프를 몰고 애들을 학교에 태워다준다.
나와 마주쳐도 인사도 없다.
웃음을 잃었다.
동네사람과도 전혀 접촉이 없다.
소문에 의하면 사고로 산재보험에서 생할비가 나온댄다.
다행히 건축현장이 산재보험에 들었기때문에...

퇴근길에 보는 그의 저녁시간 모습은 다양하다.
왕래가 거의없는 길이라 지나는 사람이 없다.
그의 집위에는 우리회사뿐...
나같이 회사사람이 지나가면 몰라도 그앞을 지날 사람이 없다.
대부분 커텐으로 가렸지만 열어논경우 서서 한참을 본다.
애들이 옆에서 리모콘을 갖다준다든가...
허리운동하는 아빠를 애들이 도와준다든가...
혼자서 운동기구로 팔운동을 한다든가...
도와주는 애도 그도 표정이 굳어있다.
웃음을 잃었다.

창밖의 남자...나는
그저 한숨이 나온다.
사람이란게 사고가 한순간에 온다.
누가 저런 장애자가 되리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새집도 짓고 아들딸 잘낳고 건축일 잘되 돈 많이 벌어 조경도 잘해서 잘살줄 알았지...
짓다만집에서 누구 도움없이는 한발자욱도 걸을 수없는 장애자가 될줄은 상상이나 했을까?

밤마다 지나오며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는 창속의 남자... 잠시 나를 우울하게 한다.

요즘 그는 이사를 가려는 모양이다.
포장도 안된 자갈마당을 휄체어가 움직일수도 없어 밖에 있는 그를 본적이 없다.
집은 건평 60평이다.
그 넓은집을 난방하려면 기름값이 만만치 않을게다.
시골사람들이 주택용으로 그렇게 큰집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
장애자가 편리한집으로 가려는데 마땅한 임자가 없다.

집사람에게 물어봤다.
<그집 나왔다는데 내가 살까?>
<어떤집?>
<회사앞 장애인이 사는집...창문이 큰집>
< 자기 혼자 살어...>

불의의 사고...
누구에게나 닥칠수있다.
엇그제...
회사에 큰 정화조가 있다.
가끔 점검하느라 맨홀을 열어보곤 제대로 안닫은 모양이다.
내가 지나다 그 맨홀을 밟아 빠졌다.
그순간...
빨려들어가는 순간...<이�게도 죽는구나>
하지만 한쪽발이 걸려 들어가다 멈췄다.
무릎만 망가지고...
그날 저녁...
집사람이 물어본다.
<웬일이야... 다큰사람이 무릎을 다치고...>
<귀신이 잡아가려다 그것땜에 못잡아 갔지>

살아 있다는것...
어디 아프지 않고 살아있다는것...
그 자체보다 행복한게 또 어디있을까 생각해 본다.
사랑과 웃음이 사라지지 않은집...
그집이 바로 행복한 집 그자체가 아닐까?

창밖의 남자...그것으로 행복이다.
창속에 있는 그삶 상상하기도 싫다.

조용필의 노래...
창밖의 여자...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그가사가 생각나며 사랑으로 살아가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