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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언젠가는 늙어가는 우리...

어제저녁 늦은시간 귀가...
동서 아들이 결혼을 해서 서울을 다녀왔다.
아침에 눈도 오고 해서 열차를 이용해서 다녀왔는데 역시 기차가 좋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중에 낮잠을 1시간씩 늘어지게 자고 편안히 차창밖을
보는 맛은 기차여행의 진수이다.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할때 예산은 온통 눈세상이었다.
차창에 펼쳐지는 눈꽃세상은 천안에 까지 이어지다 경기도를 지나면서
사라진다.

서울역에서 전철로 망우리 결혼식장에 가장먼저 도착하여 기다렸다.
곧이어 결혼 주인공이 나타나고...
처음 며느리를 보는 넷째동서부부는 들떠있다.
아들만 둘인 그동서는 자식이 직장잡고 연애해서 결혼하는 것이 흐믓한 모양이다.
언제 보아도 결혼식장은 행복하댜.
행복한 출발을 하는 동서 아들...
꼬마였던 녀석이 벌써 가정을 갖는다니...
세월...정말 빠르다.
젊어보이던 그형님도 머리가 거의 빠지고 총총 빛나던 눈동자는 흐릿해졌다.
노인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아직은 할아버지라고 하기는 젊어보이지만 앞으로 십년후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일년에 한두번 만나는데도 늙어가는 변화를 느낀다.
없었던 주름이 생기고 머리는 더 빠지고...

금방 우리도 애들이 학교 졸업하고 결혼하겠지.
벌써 큰녀석이 스무살이 된다.
실감이 안나지만 내가 늙어가는게 보이는것 같다.

결혼식을 끝내고 망우리 동서네 집으로 처가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나에게는 동서가 5명이나 있다.
딸 여섯에 아들 둘...팔남매의 가정...우리 처가의 형제들이다.
그중에 집사람은 딸여섯중 막내... 내가 막내사위...
막내는 어디를 가도 귀여움을 받는다.
장모는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 항상 떡을 챙겨주신다.
처음부터 떡보란걸 아시기 때문에...
처가의 딸여섯은 특별나다.
만나면 요란하다.
온집안이 떠나가는 웃음소리...
딸이기때문에 받아야 하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愛憎)얘기...
아들은 모두 대학을 가르키고...
딸은 막내인 집사람을 제외하고는 초등학교만 졸업시켰다.
모두 공부를 잘하는 축에 들어갔지만...
학교공부는 남자들만 하는 것으로 알았댄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일 돕다 때되면 아버님이 정해준 신랑에 대꾸 한번 제대로 못하고 시집을 갔다.

지금에야 상상도 못하지만...
25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원망과 사랑으로 눈물들을 흘린다.
나는 20년전 결혼을 해서 장인을 보지는 못했지만 동서들의 얘기로 너무 잘알고 있다.
돈에 대한 철저한 관리...
일원한장 쓰는것도 모두 기록하는 구두쇠...
시골에 살면서 농사짓는것도 하나 하나 기록하는 농사일기...
그렇게 철저하게 돈관리,농사관리를 하셨지만 건강관리만은 못하신것 같다.
술을 좋아하신 장인은 위암으로 환갑을 일년 앞두고 돌아가셨다.
장인은 터득한 인생의 결론은 농사는 노력한 만큼 소득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제시대 법원 서기생활로 공무원도 해보신 장인...공무원도 잘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깨닫아 딸들은 큰딸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사하는 사람에게 시집을 보냈다.
지금에 와서야 아버지가 현명하셨다는 것을 아는 딸들...
아버지 뜻대로 보낸 딸들...모두 편안하게 잘살고 있다.
집사람도 장인이 살아있으셨다면 나한데 시집을 못왔을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시집을 갔을테니까...

아마도 집사람도 그런 아버지 밑에서 커서 그런지 돈쓰는데는 철저하다.
천원 한장 쓰는데도 벌벌떠는 집사람...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성격들은 모두 좋아 모였다하면 밤새며 이야기한다
둘은 이제 막 환갑이 지났고 나머지 동서들도 50대...우리 집사람만 40중반이 가까이 되간다.
큰딸과 막내인 집사람의 나이차가 스무살...
큰언니가 시집가는해 태어나 같이 살면서 크지는 않았지만 자매는 자매다.
무슨 할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어제저녁도 집에 갈생각이 없다.

열차표를 끊어놓은 우리식구만 서울역으로 향하였다.
내려오며 느끼는 것은 지나는 세월 어느 누구도 거역못하며 가정의 형제애...우애가 넘치는 가정이 가장 행복한 가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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