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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천안생활

인환이 딸 결혼식에 다녀와서

일요일 오후.... 서울에 올라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 인환이 자녀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학교때 그 누구보다 강하고 건강한 인상을 보였던 인환이... 얼마전부터 우리에게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 스쳐갔던 병마와 싸워 이긴 모습을 하고.... 오랜세월이 흘렀다는 느낌을 주면서 말이다. 일요일은 날씨가 제법 가을 기분이 났다. 깊어가는 여름 밤 제 세상인 냥 매미가 밤새워 노래를 불러대고 뜨겁던 대지에서 열기를 뿜어대더니.... 어느새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9월의 오후였다. 양복을 입고도 덥다는 생각이 안들정도로 가을 기분이 제법 들었다. 살갗에 닿는 바람의 온도는 냉기를 느낀다. 길가에 코스모스 꽃잎을 바라보며 바람결에 그리움을 달고 서울로 달려갔다. 대지를 적시는 가을비가 조금씩 내렸다. 오랜만에 차를 가지고 서울시내를 활주했다. 한남대교를 건너 남산 신라호텔앞으로 해서 동대문지나 대학로를 통해 돈암동웨딩홀로 향했다. 한블록만 더가지 안했어도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었는데...결국 15분이나 지나 도착했다. 결혼식 사진도 못 찍고....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어느새 자식들을 다키운 친구들... 바람결처럼 지나간 세월에 자신들은 빛바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동창 자녀결혼식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다. 다음달에만.... 6일 온양사는 숙자딸 결혼... 그다음 7일 윤임순 아들 결혼....이어 21일인가 석선이 딸 결혼식이 모두 서울에서 있다. 다시 밀려가는 느낌.... 마음 한 편에 구멍이 생긴 것 같다. 뭔가 허전하고 삶의 열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우리의 시대....삶의 세계가 끝나가고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이라고 좋게 표현하고 싶다. 이러다 꿈도 멈춰버리는게 아닐까? 애들도 소망했던 사랑의 길을 가길 기도한다. 우리 애비들은 지나고 나서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삶은 살았지만 자식들은 언제나 희망에 넘치고 행복한 삶을 개척하길 희망한다. 친구들아... 그리고 인환아.... 한걸음 두걸음 우리는 점점 세상밖으로 밀려나가고 있다. 빠져가는 머리카락의 모습이 만날때마다 적어간다. 우리 품에서 떨어질줄 모르던 자식들이 떠나가고 우리곁을 지켜주시던 부모님도 세상 멀리 가시고.... 생활수단이던 직장에서도 밀려나니 한숨만 나오는 세대인지도 모르겠다. 인환이가 전보다 건강이 좋아진 느낌을 받았다. 곁을 지켜준 아름다운 아내 덕분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옛날 강화도 마니산 등산모임시 인환이 아내를 처음 보았을때 남편을 챙겨주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조금씩 아파오고 언제 무슨 병이 날지 모르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이제부터는 일보다는 자신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친구들과 결혼식이 끝나고 찻집에 마주앉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일까? 지금 이나이까지 열심히 일했고 애들을 잘 키운 사람들이다. 현명하고 훌륭한 사람까지는 안되었더래도 착하고 겸손한 시골뜨기로 고향을 떠나 결혼하여 자식들 낳고 키워 둥지에서 내보낸다. 우리들은 분명 고통을 딛고 일어선 꽃 한송이로 열매를 맺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더러는 힘들고 괴롭다 말하지만.... 내일이라는 희망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훌훌 털고 어디론가 달려나가 자신을 태운다. 아직도 더 피워야할 꽃이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