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영로의 천안생활

동작대교에서 옛생각이 나다.

동작대교에서 옛생각을 해보다 서울에 오랜만에 차를 가지고 갔다. 시내 중심가를 들어가 보니... 참으로 외제차가 많아졌다는걸 느꼈다. 여기 저기 보이는 벤츠, BMW, 렉서스... 11년전 서울에서 차를 가지고 다닐때는 몇일에 한번 재수 좋아야 발견했던 외국산 차였다. 이제는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같이 달려간다. 조심 조심 차를 몰았다. 보험료가 높아진 원인이 이런곳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 일본에 갔을때 한국의 승용차를 찾아보려고 무척 노력했었다. 불행하게도 한 대의 한국산 승용차를 발견 못하고 돌아왔다. 대신에 한국보다 소형차가 많다는 걸 알았다. 한국은 정말 국제화가 많이 되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자동차인 현대자동차.. 대학 졸업직후 몇 년동안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근무했었지만... 많은 발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매년 파업하는 회사 강성노조로 이미지가 나빠진것을 빼고는.... 외국에 나가면 우리차를 보면 반갑다. 80년대 중동에 갔을때 이곳 저곳에 다니는 현대 포니... 현대 포니를 볼때마다 자랑스러웠다. 내가 그곳에 근무할 때 만든차라 그런지 몰라도.... 동남아에 가면 한국차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쓰다버린 중고차들까지 돌아다닌다. 심지어 중고버스까지 한글 광고판을 하고 그대로 다니고 있다. 서울에서 친구딸 결혼식이 끝나고 내려가는 길에 우연히 동작대교를 지나게 되었다. 여의도가 보이고 멀리 저녁노을이 조금 남아 고즈넉한 분위기가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동작대교 끝단 지점에 차를 세웠다. 마침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벤취까지 마련되어있다. 그곳에 앉아 아름다운 한강을 바라보며 옛생각에 젖어들었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다가왔다. 서울에서 고향 충청도로 내려가 산지가 11년이 되가고 있다. 만약에 타자기란 제품이 지금까지 존재한다면 아직도 서울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컴세상이 되어 밀려난 문명 변화의 희생양. 타자기.. 11년전 한국에 마지막 남아있던 타자기 회사... 바로 내가 타자기 생산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혹시, 전기가 없는 미개발 국가에서는 아직도 있을지 모르겠다. 세계 곳곳에 수출하며 열심히도 만들었는데.... 일본 타자기 회사가 우리와 손잡고 만들때만 해도 설마 100년을 유지해온 타자기가 없어지리라는 상상을 못했다. 여자상고에 타자실대신 컴퓨터실이 생긴 것이 타자기 끝나는 신호였다. 회사 정리를 발표하고 3개월치 급여와 함께 뿔뿔히 흩어진 직원들... 마침 우리회사는 자동차 엔진 부품공장을 안산에서 하고 있었다. 일부 사원들은 그곳으로 갔고.... 나는 간부사원이라 그때 마침 인수한 예산공장 관리자로 내려갔던 것이다. 어찌보면.... 예산으로 내려간게 행운인지도 모른다. 그때마침 IMF위기가 와서 감원바람, 정리해고로 많은 실직자들이 나올때였으니... 회사에서 가족과 내려가 살게 되면 아파트도 얻어주는 편의를 주었다. 3개월 혼자 주말부부 생활을 하다가 아내와 의논했다. 예산에 내려가 살자고.... 문제는 애들이었다. 마침...아들이 중1, 딸이 초등4학년으로 어렸으니... 그때쯤이면 서울로 올라가는 나이였는데... 난 내려가자고 했다. 아내는 애들에게 물어봐서 좋다고 하면 내려가고 싫다고 하면 그대로 서울에서 산다고 했는데.... 다행히 애들이 흥미있어했다. 강남의 요지...양재동에서 시골 예산으로 내려가는 결단을 내리고 이삿짐을 쌌다. 그게 11년전 봄이었다. 시골에 내려온 애들이 다행히 잘 커주었다. 학원도 안다니고 학교 공부만으로 대학에도 잘 들어가고.... 지방에 살기 때문에 교육이 안된다는 얘기를 들을때면 난 고개를 꺄우뚱한다. 지역이 교육을 시키는게 아니라....애들의 의지에 달려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학기 대학생 두명 대학등록금으로 150만원 냈다. 모두 국립대인데다 아들녀석이 장학금을 타다보니 다른집 한애 학비보다도 적다. 교육비로 지출로 어깨가 무거운 대한민국 현실이 나에게는 딴나라 이야기 같다. 학원을 안다닌 내 자식들.... 대한민국 애들이 아닌지 모르겠다. 한강을 바라보며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 보았다. 벌써 내나이도 오십을 한참 넘었고 좀있으면 애들 결혼하고 집에서 떠날 것이다. 여의도 하늘에 떨어지는 노을처럼.... 정말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라지고 싶다. 그런날이 아주 먼곳에 있지 않을게다.


'이영로의 천안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향기나는 친구네 집에서  (0) 2007.09.13
큰형님에게  (0) 2007.09.10
9월 단상*영로의 하루살이*  (0) 2007.09.05
인환이 딸 결혼식에 다녀와서  (0) 2007.09.04
하루 하루 웃고 살자구유~  (0) 2007.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