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년도: 1995년
올렸던 곳: PC통신 하이텔 베스트5
제목: 1995년을 보내며 생각해본 나의 낭만...
어느새 95년도 몇일뿐이 안남았군요...
이맘때면 항상 마음이 설레곤 했었는데...
어렸을때나 어른이 되서 지금도 역시 맘은 설레는 맘 어쩔수 없습니다
이런 맘을 젊은사람들은 몰라 주더라구요...
지들만 연말연시가 있고 낭만이 있는줄 안다니깐요...
그래서 옛추억을 되돌아 보고 또 미래도 내다보렵니다.
"나도 낭만이 있다말야! 다음 이야기를 들어 보세유"
?추억1: 1960년대...나의 10대시절
요즘은 우리나라 기온이 많이 올라가 그때처럼 매서운 추위가 없는것
같다. 눈도 많이 오고 찬바람이 얼마나 불어대는지...
충청도 서해안 바닷가
국민학교에 다니고 중학교에 다니던 나의 시골 생활은 그 어느 추억보
다도 아름답다.
년말이 왔는지 별로 실감을 못하고 지내던 때....
이맘때면 생각나는 낭만...
바로 국화빵 이야기이다. 요즘 붕어빵과 같은 맛의 비슷한 국화처럼
빵이 생겼다 해서 국화빵... 우린 그렇게 불렸다.
5일마다 서는 해미장날... 그날은 마을 모든 어르신들이 나들이 가는 날이
다. 어른들이 장에 가시고 우리도 뭔가 장에 먹을 간식거리를 먹지 않으까
해서 십오리 읍내 장으로 몰래 뒤따라갔다. 계란도 팔고 닭도 팔고 깨
도 팔고 콩도 팔아서 돈을 산다고 했다. 물건을 팔아 돈이 생기니 돈
을 산다는 표현... 우리는 열심히 아버지 어머니를 찾고... 찾게되면
국화빵 사줄지 모르니께... 만나면 무조건 쫄랑쫄랑 �따라다닌다.
"네 이녀석... 국화빵 먹고 싶어 �따라 다니지?"
눈치빠른 아버지... 아들손을 이끌고... 드디어 그쪽방향으로 가기 시
작하신다.
"아부지... 증말 사주시는 거지유우~?"
그때 김이 모락모락나는 국화빵이 이세상에서 최고의 음식으로 알았다
우리 둘째형의 얘기...
"난 말여... 읍내 장에서 국민학교 선생님 하시는 사촌형님을 만났거
든... 중국집에서 자짱면을 사주시는디... 난생 처음 먹어보았거든..
이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구나 했어다닌게...."
그때는 춥고 배고플때라 맛있는 국화빵이랑 자짱면하나 얻어먹는게 연
말에 기대할수있는 최고의 낭만이었다.
고교때부터는 서울로 올라오면서 나의 연말 낭만도 조금씩 변하기 시
작했다.
?추억2: 1970년대...나의 20대시절
드디어 서울 입성... 그리고 70년대 대학을 보낸 20대 시절...
그때의 연말 활동무대는 서울의 명동거리... 갈곳도 없으면서 여기저
기 배회하는게 고작이었지만 왜그리 맘이 들떠있었는지...
분위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밤늦게까지 다방에 앉아
친구와 무슨 인생의 고민이 많은지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이세상의 고민은 자기들이 다 짊어지고 사는 무슨 고민이 많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고민 같지도 않은 것을 고민한 것 같았다.
특히 통금이 있던 때라... 일년에 딱 두번 통금이 해제되는날이 있었
다. 크리스마스 이브날과 12월 말일날은 통금이 해제되는 날...
바로 해방의 날이었다. 젊은이들의 해방의 날... 온거리를 젊은사람
들로 뒤덮는 방황의 날이었던 것 같다. 싸이렌도 안울리고 새벽에 돌
아다녀도 잡아가지 않는게 그렇게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었나보다...
요즘도 젊은사람들이 서울 중심가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때의 대부
분의 젊은 남자들은 늑대들로 변한다. 배고픈 늑대... 이성에 굶주린
늑대들... 상대가 없는 여자애들이 있으면 무조건 달려간다...
아니 웬 떡이냐... 하는 맘들로 사내들은 침을 흘린다. 그때 잘못
걸려든 처녀들이 고생하는걸 많이도 보았다...
난 순진한 늑대... 한마리의 양도 못잡아먹는 순진한 늑대였다. 줘도
먹을줄 모르는 마음약한 늑대... 사냥은 고사하고 제대로 �사냥
도 못하고 배고픔만 안은채 집으로 들어왔다.
한마디로 바보늑대 였다.
방황하고 헤메었던 그시대의 낭만...
그렇게 나의 20대 낭만은 흘러가 버렸다.
?추억3: 1980년대...나의 30대시절
드디어 결혼하고 나에게도 짝이 생겼다.
혼자 외로움에 우는 늑대신세는 면하고 그래도 팔짱을 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이다.
친구들도 어디서 얻어왔는지 상대가 하나씩 있다. 최소한 상대가 없
어 뒤꽁무니 쫓아다니는 신세는 면한 30대가 되었다.
뭐 밤거리 배회도 이제는 소용없는 옛날 얘기로 변하여 있었다. 그저
몇명이 약속한 누구네집 아파트로 가족식구들이 모여 노는것...
한잔 마시고 떠들고... 흔히 하는 고스톱치고... 그러다보면 해가 바
뀌었다고 한다.
옆에서 칭얼대는 애도 생기면 이제는 홀몸이 아니다. 어디 맘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이제 나만의 낭만을 찾는 시대는 지나간 것이
다. 이제는 우리가 되어버려 혼자만의 결정은 안된다... 허락이 떨어
져야 한다.
" 안돼"
그 한마디에 낭만이고 뭐고 김이 새버린다.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요즘 자주하는 대답이다.
낭만이 잊어가는 시대로 서서히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일찌감치 발닦고 잠자는게 남는거란 생각이 가득차게 되는 것이다.
가족과 함게 지내는 연말의 낭만...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상태가되
었지만 여전히 맘 설레기는 마찬가지...
가족과 함게지내는 낭만의 시대... 그시절도 지나가 버렸다.
?추억4: 1990년대...나의 40대시절
조금씩 여유를 찾아간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대이다.
애들도 제법 커서 지들끼리 놀려고 하고 엄마 아빠 죽자사자 �쫓아다니
지않는다. 집사람과의 주도권 싸움도 이미 한쪽의 판정승으로 끝난
지 오래.... 마나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시골로 가자면 가고 설악산 가자면 가고 온천에 가자면 가야한다. 자
신의 의지는 몸이 제대로 맘대로 되지않을 때만 통한다.
"아파서 안되는데요.."
그때나 자신의 자유시간이 조금 허락되는 나의 40대 연말의 낭만...어
느사이 구경꾼이 된 기분이지만...
눈오는 날이면 마누라 손붙잡고 집앞 공원거리로 나가 눈싸움 하고싶
다. 그런날이 서울에는 자주 볼수없어 유감이지만...
밤세워 놀고 마실수있는 체력도 없다.
요즘세대 우리회사 어느청년의 고민... 너무 많이 놀다보니 병이 생겼
다. 허리도 안좋고 소화도 안되고 심한 정신적 장애까지 가진 친구..
. 나도 저런때가 있었던가? 이미 옛날 이야기로 된지 오래... 이제는
그런사람을 나무라고 타이르는 위치로 변해 있었다.
가정도 조금씩 여유가 생겨 차도 있어 멀리도 가본다. 그저 도시를
벗어가고프다. 나도 모르게 복잡하고 시끄러운것을 싫어하는 나이가
되어졌다. 조용히 지내는 연말... 특별한 고민도 없고... 열정도
없고... 세상만사를 잊고 지내고 싶어진다.
요즘에 특별히 갈망하는 것...
조용한 시골집하나 있으면 하는 맘... 이때쯤... 가까운 사람들과 조
용히 그 시골집에서 지냈으면 하는게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여유를 찾고 찾는 낭만이 내주위에 맴돌고 있는 지금 현재의 낭만이다
?다가올 추억5: 2000년대...나의 50대시절을 예상한다.
아직 오지않은 나의 50대 낭만...
꿈의 2000년대...
기다려 진다. 어떨까? 지금보다는 좀더 여유가 있었음 좋겠다. 이
제는 해외로 머리좀 식히러 깔까?
�? 해변가... 하와이 해변가... 안그럼 제주도 중문 해수욕장이라도..
.따뜻한 곳에서 새해를 맞고싶다.
복잡한것 다 잊고 테니스치고 탁구치고 땀흘리고 싶다. 그런 여유로
움만 있음 최고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때즘 대학다니는 애들에게 전화한번 걸어본다.
"니들... 너무 헤헤거리고 거리 쏘다니면 안돼... 공연히 술퍼마시고
친구가 좋다고 시간낭비 하지말고 조용히 집에서 음악이나 들어..."
이말이 통할까?
그럼 이렇게 말해야지...
"적당히 놀거라... 무리하지 말고... 암튼 젊음이란건 좋거니게...니
도 성인이니까 니가 판단해서 후회되는 행동이란 하지말고 재미있게
지내라... 엄마 아빤 지금 �해변가 테니스장에서 운동하고 샤워했
단다. 기분이 최고다.. 새해 잘지내라"
그런 50대가 되고 싶은데... 될까... 앞으로 5년 있음 50대가 되는데
... 얼마 안 남았군... 열심히 일해야 겠구먼...
풍요롭고 한가로운 낭만을 찾으려고 하는데... 가능하려나 모르겠다.
마음이 설레이는 요즘...
지도 맘은 20대 이거든요. 그래서 한번 이런글을 올려 봤구먼유~
좋은시간들 많이 갖고요.. 지나고 있는 95년 나쁜일은 잊어먹고 새해
설계 잘들 해보세유~
'이영로의 서울우면동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사 연수교육가서 만난 사람들... (0) | 2008.01.24 |
---|---|
새해에 생각나는 친구들.... (0) | 2008.01.24 |
왜 사느냐구요? (0) | 2008.01.24 |
전두환, 노태우 전직대통령 구속을 보면서 (0) | 2008.01.23 |
어느 불행한 가정 이야기 (0) | 2008.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