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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냉이와 함게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고있다.
시골에서 봄이 오는걸 느끼는 건...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땅꺼플이 올라온다.
밟으면 스폰지처럼 부드럽다.
바로 이느낌을 알고 만물들이 땅속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가 보다.
새들도 지저귀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짝을 찾아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 활발하게 돌아다닌다.
특히 까치들이 가장 요란하다.

내가 봄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군대에 입대해서 부터이다.
겨울철 11월에 초에 입대를 한 나는 초겨울에 훈련을 받고 가장 추운 1월초에 자대에 배치를 받았다.
쫄병 생활에서 가장 고달픈 시기를 한겨울에 보내면서 따뜻한 봄을 그렇게 기다렸었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보면서 오늘 하루가 지나면 봄이 가까워 지겠지 하면서 봄을 기다렸다.
따스한 봄기운이 올때면 모든게 좋아지겠지 하면서...

3월1일...
봄기운이 완연히 우리곁에 찾아왔다.
집사람과 나는 호미를 하나씩 들고 들판으로 나갔다.
이곳 저곳에 올라온 냉이를 캐기위해...
회사를 오가며 냉이가 많은 곳을 이곳 저곳 봐두었던 것이다.
<와 많다.너무 많이 컷다.>
집사람이 좋아한다.
올겨울이 춥지 않다보니 냉이도 벌써 많이 컷다.
양지바른곳 어느놈은 벌써 꽃을 피고있다.

냉이들은 한곳에 몰려있다.
씨를 멀리 뿌리지 못하니 그런가?
특히 과수원 근처 거름이 좋은 곳에 싱싱한 것들이 많다.
봄소식을 가장먼저 전하는 놈이 냉이와 달래다.


호미로 흙을 파본다.
흙에서 순하고 담백한 냄새를 풍기는 것 같다.
바로 우리 몸과 같은 흙...
죽어서 이런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데...
우연히 이런 시골에 내려와 냉이도 캐며 흙내음을 맡아본다.
자연이 주는 보배같은 흙내음을 실컷 마시면서 냉이를 캐본다.

한두시간을 냉이를 캐니 비닐봉지에 가득하다.
<이제는 그만 가유~>
식사시간도 잊고 들판에 오래있었다.

예당저수지 개울가로 갔다.
집사람이 다듬어 주면...나는 개울물로 뿌리에 붙어있는 흙을 털어 씻었다.
뿌리에서 나는 냉이 냄새가 코에 들어온다.
그윽한 냉이 내음새에 취한다.
<참 좋다. 이향기...그치?>
가만히 귀에 대본다.
<처벅...처벅...처벅>
바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냉이를 보니 홍성에 사시는 사촌누나가 생각난다.
지난번 만났을때 하우스 냉이를 한보따리 주신 누나...
그동안 안찾아준 우리 동생들을 혼내주며 눈시울을 적시던 누나...
건강이 좋지않아 걸음걸이가 힘들어 내가 부축하며 집까지 왔었는데...
봄과 함께 건강을 되찾아 재미있게 사셨으면 좋겠다.

저녁상에 올라올 냉이 된장국...
바로 봄의 향연이 시작된 신호...
향긋한 냉이 냄새에 젖어 봄속으로 우리는 어느새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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