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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어느 두 젊은 친구.



회사생활...

월급쟁이...

때로는 지겨울때가 있다.

똑같은 비슷한생활이 싫증이나서 다른일을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대학졸업하고 78년부터 그럭저럭 20년 넘게 이런생활을 한다.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것이 더 많다고 자위한다.

결혼하고 애들 키우고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안정을 찾았다.

이제 오십이 넘어선 나이...

머지않아 이런 생활을 끝내고 떠날때가 머지 않았다.

조용히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여러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헤어졌다 또 만나는 친구도 있고...



비교되는 두 젊은 사람이 있다.



한친구...

4년전 이친구가 들어올때 공고3년 실습생이었다.

내친구가 교사로 있는 공고에 부탁해서 몇명의 실습생을 받았다.

우리회사는 소위 젊은사람들이 기피하는 3d업종 제조업체이다.

3d라 하면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업종이 우리회사에서 하는일...

외국인 연수생도 받아 일을 시켰는데 지금은 그친구들도 모두 도망갔다.

그들에게도 힘든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래도 열심히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한국경제는 살아있다.



공고 실습생중에서 잘견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달도 안되 학교로 돌아간 친구가 있다.

내가 말하려는 친구는 지금까지 4년넘게 잘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제는 옛날의 공고 3년생의 앳된모습도 사라진 현장 중견 사원이 되어있다.

병역특례도 받고 있어 몇개월후면 병역의무도 이곳에서 완료된다.



다른 젊은 친구들과 비교되는 점은...

아직 그 흔한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다.

< 아직도 핸드폰 갖고 있지 않니?>

<아직 필요성을 못느껴서요.>

사실 핸드폰이란게 꼭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없어도 아무불편없이 살수있다.

우리 아들녀석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핸드폰 사달라고 했는데...

수많은 젊은 친구들을 보지만 핸드폰이 없는친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절약정신은 정말 나같이 나이먹은 사람도 본받아야 할정도다.

처음에 그친구가 집에 갈때 걸어서 역전까지 간다는 말은 믿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역까지 5-6킬로는 되는데...

걸어다닌다는 말을 듣고 설마 했는데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았다.

월급을 타면 그대로 엄마의 통장으로 보낸다.

우연히 보게된 그의 엄마 편지 한구절...

<내아들이 이렇게 커서 돈도 벌고 대견하구나. 엄마는 네가 번돈을 한푼도 안쓰고 저축하련다.

병역특례도 받아 군대도 안가며 열심히 일하는 너를 엄마는 자랑스럽다.>

담배도 안피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아빠를 닮아 술은 먹으면 먹을수 있지만 자제한다.

어느날 그녀석은 나에게 살짝 집안얘기를 해주었다.

아빠는 술고래...술먹고 엄마에게 손찌검하는걸 많이 보아왔다.

자연히 돈이 모이지 않아 가난한 살림살이를 꾸려왔다.

그래서 공고에 갔을게다.

<저는 그런 아빠가 싫어요. 그래서 결심했죠.절대 아빠같은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요.>

항상 엄마를 생각하며 일을 하는 그친구...

아빠는 보고싶지않지만 엄마만은 보고싶댄다.

그래서 기숙사에서 일주일에 한번 혹은 2주에 한번 꼭 올라간다.

회사에 들어가 돈을 벌어 몇억을 저축하는게 목표란다.

머지않아 가능한 얘기다.

그게 될때까지는 열심히 일할거라는 그의 말...

<그래 장하다.>

아들같은 그녀석을 만날때마다 어깨를 뚜드려준다.

또래 친구들은 대학가서 낭만을 얘기하며 밤거리를 비틀거리며 골목길을 다닐때

녀석은 야간조에 들어가 땀을 흘리며 일을 한다.

힘찬 미래를 위해...



내가 말하려는 또다른 친구는 30대 중반...

미혼 노총각이다.

최근에 다시 입사를 해서 우리회사에 3번째 들어왔다.

이번에 입사를 할때는 각서를 받아놓았다.

나는 입사를 반대했는데 사람들이 나를 설득해서 들어오는것으로 했다.

이 노총각의 문제는 술...

술만 먹으면 주머니에 있는돈은 자기돈이 아니다.

옆에 앉아있는사람이 임자다.

술값은 그친구가 내고 아가씨팁은 몇만원이 보통...

술먹으면 통이 커지는게 그친구의 단점...

술먹고 가게에 들어가서는 생전 얼굴도 모르는 아이에게도 몇만원이 건네진다.

<야! 너 잘생겼다. 과자 사먹어>



돈이 아까운줄 깜빡 잊어먹는게 특징... 술깬후에는 후회하는게 그의 모습이다.

그다음날 사무실에 찾아와 손을 비비며 가불해달라 한다.



이친구도 공고 3년생 실습생으로 15-6년전 우리회사에 들어왔다가 군대를 갔다.

여러회사를 전전하다 우리회사에 들어왔는데...일년전 술먹고 몇일을 결근하는게 여러차례...

결국 그만두었는데 최근 다시들어왔다.


지금까지 손에 쥔돈이 한푼없는 빈털털이다.

각서와 함게 사직서도 미리 받아 놓았다.

술먹고 결근하면 그날로 회사는 끝이다.

<넌 술만 안먹으면 천하 제일 부지런하고 일잘하고 착한 사람인데...이번엔 술 끊는거야>

이번에는 정말 정신차려 저축도 하고 결혼하여 가정도 꾸렸으면 좋겠다.

<잘하겠습니다.>

나하고 다짐을 했다.

약속이 지켜질지 두고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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