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산 숲길여행
계절의 여왕인 오월도 중순을 넘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 일찍 우리부부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봉수산으로....
전국에 비가온다는 예보도 있고 해서 가까운 곳으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지난번 봉수산 등산때 정상에서 안양산악회 회원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올라온 공주와 아산 경계에서 올라왔다는 얘기를 듣고
그코스로 올라가고 싶어했던 아내...
오늘은 그곳에서 올라가자고 합니다.
아산외암마을에서 공주가는 국도에서 십여분 달리다보면 아산과
공주의 경계선이 보이는데 바로 그곳에서 오르기 시작합니다.
공주시와 아산시가 서로 경쟁하듯이 경계표지를 한게 특징입니다.
날씨는 흐리고 해가 보이지 않으니....
숲속은 한낮인데도 컴컴합니다.
머지않아 비가 올 것이 틀림없지만 아내는 우비가 준비되었으니
걱정말고 따라오라 하더군요.
엄마따라 유치원가는 아이처럼
아내따라 산속으로 숲속의 품에 안겼습니다.
숲속길은 고요합니다.
새소리와 나무들의 속삭임.... 바람이 간질이는 소리....
그리고 우리부부의 발자욱 소리뿐입니다.
본래부터 한적하고 뜸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등산길이지만
이런 날씨 흐린날에 산에 오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봉수산 숲길의 특징은
오래묵은 참나무가 많다는 것입니다.
특이한 모양새를 한 나무의 자태에 한참을 머물기도 했습니다.
한참을 앞서가던 아내을 잃어버려 저는 혼자 산길을
참나무와 소나무의 자태를 감상하며 올랐습니다.
아내는 가끔 혼자서 빨리 숲속길을 가버리곤 합니다.
저는 가끔 산속의 풍경에 빠져 버려 사진을 찍는 일로
산행길이 늦어버리기도 하지요.
이런 숲길을 혼자 걷다보면
아무 것도 생각 안나고 그저 숲속의 향기에 취해버리곤 합니다.
특히 나이를 먹은 나무들이 버티고 있는 자리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넓고 넓은 세상에서 하나의 조그만 생명체에 불과한 나....
아무리 세상이 내 것이라 해도 머지않아
나무들의 거름으로 변할 먼지라는 겸손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일요일 하루 이렇게 숲속길에서
오랜 세월 이겨낸 나이테 연륜에 감격하며
세월을 낚는 나지막한 생의 여유를 갖습니다.
이런 숲길을 말없이 거니노라면
초롱초롱한 맑은 새소리가
가슴까지 서늘하게 하곤합니다.
길을 따라 산짐승들이 파놓은 구멍들...
그리고 배설물들 이곳이 깊은 산속이란걸 느끼지요.
대구에 사는 비실이 부부도 이곳을 다녀갔더군요.
그렇게 길을따라 무작정 걷길 두시간....
드디어 봉수산 정상에서 아내를 만나 가져온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한사람도 만난적이 없는 조용한 산행이었습니다.
도시락을 먹는중에 먹구름과 함께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서둘러 짐을 챙겨 하행길을 서둘렀습니다.
내려오면서 빗방울이 커지고 번개와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숲길도 캄캄한 밤이 되어버리고....
우비를 찾아 입고 조심조심 언덕길을 내려 왔습니다.
산속의 식물들도 목말라 내리는 비를 반가워
하는듯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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