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만났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사당동의 예식장에서 외삼촌 큰아들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참석하신 부모님을 뵙고 내려왔습니다.
토요일 오전근무를 하고 가다보니 결혼식이 한시간 이십분전에
끝나 하객들도 대부분 떠나고....
외가 친척분 몇 명만 남아있었습니다.
부모님도 제가 온다는 걸 알고 기다리시고....
부모님....
곱게 차려입으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부천중동의 아파트에서 두분이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계십니다.
작은아들이 차로 모시고 결혼식까지 와야지 두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먼길을 가기는 힘듭니다.
6남매 자식들... 저를 제외하곤 모두 서울근교에서 살고
있습니다.
부천 중동에 큰딸이 살고 있어 가장 많이 찾아갑니다.
틈만나면 부모님사는 곳에 들려 보는 큰딸....
효녀중에 효녀입니다.
아버님이 85세, 어머님 80세...
어느덧 세월이 흘러 자식들도 50대,60대가 되어가고....
작은형님도 내년이면 회갑을 맞이합니다.
자식들도 노인세대로 간 세월...
생각하면 금방가버린 야속한 세월이지만...
6남매 모두 열심히 살아간다는 소식만 들리기 바랄뿐입니다.
아버님 주위 친구분들도 대부분 돌아가시고...
유일한 친구는 당진에 살고계신 죽마고우 문용희씨입니다.
가끔 전화통화하면서 지난이야기한다고 하십니다.
남자들은 80세까지 살아남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열명중에 한두명만 남으니....
그런 것 보면 남자의 생명이 짧은건 생존경쟁의 싸움에서
많이 지쳐 스트레스로 빨리 세상을 떠나는가 봅니다.
부모님의 하루생활은....
아버님은 오전에 아파트 마을회관에 가서 신문을 보시고
회관에 오시는 노인분들과 담소하다가 집에 들어십니다.
점심식사하고 오후에는 부천 중앙공원에 나가십니다.
산보를 하고 장기를 두는 곳에 가셔서 장기를 한두시간
장기를 두십니다.
장기를 두는 사람중에서도 최고령에 속한다고 하십니다.
아들뻘되는 노인들과 상대를 해서 이기고 집니다.
어머님의 생활은 더 단순하지요.
집안에 머물거나 공원에 산책하고... 일주일에 두 번오는
아파트 노점시장에서 시장을 보고....
식사준비하시고...
5년전 뇌출혈이 있기전까지 어머님은 펄펄날으시는
배드민턴선수 였습니다.
배드민턴을 좋아해 공원 배드민턴장에서 살다시피 하셨는데...
몸이 아픈후 운동을 못하고 지내는게
때로는 슬프고 우울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용감하게 살아가고 계십니다.
아마도 아름다운 추억과 사랑의 기억이 있기때문 이겠지요.
어머님은
매일 부천 중앙공원 거리를 걸으면서도
온통 자식, 가족생각뿐입니다.
요즘은 공원의 낙엽 밟는 소리가 좋아
낙엽쌓인 거리를 하염없이 지팡이를 짚고 걷다가는 쉬시고....
두분이 의지하며 노후를 보내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부모님의 그림자를 따라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부모님의 모습처럼 변해가겠지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살아가야 하겠지요.
부모님...
내내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08. 10. 29 수요일 아침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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