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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부천 어머님 댁에서...

부천에 올라왔다.
일주일에 한번정도 올라오는데 올라올때 어머님이 간단히 드실 국이나 반찬을 집사람이 만들어 준다.
오늘은 소고기 미역국에 내가 농사지은 무를 넣고 끓인 국인데 짜지않게 어머님표로 만들어 가지고 왔다.
이것만은 잘 드시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3시 40분경 도착했는데 항상 이때 먼저 부천중앙공원 산책을 나간다.
하지만 오늘은 춥다고 나가지 않으시겠단다.
날씨가 써늘하긴하다.
운동을 위해서 전에는 당신이 먼저 가자고 하셨는데 최근에는 체력이 딸리는지 산책도 싫어하신다.
그래 추울때는 집안에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각하고 강하게 나가자고 안했다.
해가 짦은 요즘 5시경이면 껌껌해진다.
식사나 일찍 드리자고 가져온 국을 끓이고 달갈후라이를 만들고 두부가 냉장고에 있길래 두부도 구웠다.
두부를 워낙 좋아하셔 매일 두부를 사러 아침 일찍 채소가게에 가곤 하셨던 어머님... 달갈과 두부는 내가 오면 꼭 내놓는 반찬이다.
국과 밥을 몇숟가락 말아서 반찬하고 조그만 상에 차림을 해서 가지고 들어갔다.
이번에 소고기 미역국은 잘 드시겠지하고 입에다 넣어드리고 맛있다고 이야기를 할줄 기대했는데 아니다.
식욕이 아예 없으시다.
굴넣은 무나물도 해왔는데 그 맛있게 드시던 반찬들이 모두 맛이 없단다.
단지 하나 변하지 않은건 고구마를 좋아하신다는 것이다.
전에부터 우리집은 고구마를 많이 심어 겨울양식으로 먹었다.
지금 난 천안에 텃밭이다가 거의 고구마만 심을 정도로 고구마를 좋아한다.
하도 식사를 안하셔 고구마를 한개 드렸더니 간신히 하나 드셨다.
뭔가를 드셔야 약을 먹을수 있기에 식사시간이면 어머님과 전쟁처럼 드시라고 성화를 부린다.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는 말이 하나도 안틀리다.
애들도 식사시간이면 엄마와 먹이는자와 안먹으려는 자와의 전쟁을 치른다.
어머님과 식사시간도 똑같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93세... 아버님이 돌아가신 나이가 되시는 것 같다.
아버님과 다섯살 차이이니 아버님이 세상을 떠난지도 오년이 된다.
인생은 정말 짧다.
나도 이제 칠십이 한달도 안남았다.
아직까지는 크게 아픈데 없어 부모님이 사신 나이까지는 무난하다고 생각하면 살날이 이십여년 조금 더 남은 셈이다.
어머님 나이가 되어 나도 저렇게 식욕이 없어 안먹으로 할까?
아마도 요양원에서 요양사가 주겠지만 자식처럼 억지로 먹으라고 성화를 안부릴 것이다.
먹으면 먹고 안먹으면 내버려두는 식이 되겠지.
아까는 먹기 싫다는 어머님 입에 한 숟가락 간신히 넣어 드렸는데 뺃어 버렸다.
그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올라왔지만 노인인 어머님이 바로 눈앞에 보여 화는 금방 사그라 들었다.
요양원에 성질이 나쁜 사람이면 빰이 올라올지도 모모르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늙는다는 것...
그게 인생이다.
식욕이 없다는 것...
그게 노인이다.
삶의 의욕 생의 몸부림이 거의 에너지가 소진되었다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의 삶, 남자들이 늙어간다는 것은 정말 절망속드로 달려들어가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나도 이곳저곳 몸이 아파서 병원을 전전 할지도 모른다.
어제 당진 사돈이 큰 수술을 현대아산병원에서 받았다.
8시간의 긴수술, 결과는 아직 모른다.
사업하는 사돈은 평생 담배와 술이 항상 따라다닌 삶이다.
술과 담배는 정말 건강에 해롭다.
정어도 50대이후에는 술과 담배를 멀리해야 한다.
사회생활을 위해서 어쩔수없이 해야했지만 50대이후에는 모조건 멀리해야 노후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다.
내가 그런대로 지금 건강한 것은 술과 담배를 멀리 한다는 것이다.
담배는 애초부터 피우지 않았고 술은 한두잔으로 끝나고 폭주를 하지 않았다.
어디를 가면 얼굴을 보고 몇살은 어려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건강할때 맛있는 것 잘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여 내몸을 내가 지키려한다.
건강은 누구도 내자신의 건강을 지켜주지 않는다.
오직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머님도 건강을 지키려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기력까지 다 잃으신 것 같다.
세상의 이치, 돌아가는 생의 철학에 마지막 잎새를 붙들고 있는 기분이다.
내년까지는 건강하셔 봄에 중앙공원을 힘차게 걷는 모습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