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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애들 세배를 미리 받았다.

어제 설전에 자식들 세배를 미리 받았다.
딸네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외손자 둘과 함께 오늘 설날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시부모님이 사놓은 제주도 집에서 몇일 지내고 올 예정이라고 한다.
당진 시댁에서 아침 차례를 지내고 바로 떠날 예정인 모양이다.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우리집 설날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부천 부모님댁에서 명절을 보내던 풍습은 이제 사라지고 각자 형제들 가족들 끼리 보내는 명절로 달라진 것이다.
대신 설날과 추석날 산소에 가서 간단히 차례상을 올리고 제를 지낸다.
사실, 그렇게 할날도 얼마나 갈지 의문스럽다.
큰형님, 작은형님이 이제 칠십대중반으로 가면서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
산소가 높이 있다보니 산에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30분정도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한다.
아마도 5-6년후면 우리가 산소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대신 자식들이 산소에 가서 제를 올리는 것으로 대체가 될 것인데 과연 그게 이어질지 의문이다.
시대는 점점 서구화되면서 제사라는 것이 사라지고 있다.
어제는 파크골프장에서 몇시간을 보내며 운동을 하는중에 83세가 되시는 형님이 갑자기 물어왔다.
파크골프장 주변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가족이 많이 있는걸 발견하고 하는 말이다.
"부회장은 집에서 개를 기르지 않지요?'
예...안기릅니다.
"그래서 하는이야기인데 앞으로 애를 안낳고 개만 기르는 세상이 되가고 있으니 걱정일세"
"저도 똑같은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개만 기르고 있잖습니까?"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세상이 개세상이 될 것 같구먼"
우리 도솔공원옆에 개공원이 있어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휴일 우리가 공치지 않는날은 도솔공원이 개들과 노는 사람으로 다음날 오면 이곳저곳에 개똥이 발견되고 있다.
천안시장은 백석동 쓰레기 매립장에 36홀이 생기면 이곳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하는데 결국은 개에게 돌려줄 것 같다.

이야기가 이상한 곳으로 흘러갔지만 세상은 정말 변하고 있다.
우리가족은 형제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은 이제 지나가고 간단히 우리 자식들 가족이 모이는 명절은 계속되고 있는게 다행이다.
딸네 외손자 둘, 아들네 손녀딸 한명, 자식들 내외가 우리에게 세배를 미리 했다.
딸네 가족 여행으로 미리 세배를 받은 것이다.
준비한 세배돈을 주고 올해도 애들 가족모두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이어가길 기원했다.
가족들과 함께 모여 명절을 보내는 풍습은 정말 좋은 것이다.
나보다 한살 적은 사람과도 공을 쳤는데 그분은 8남매가 오늘 서울 큰형님네 집에서 모인다고 한다.
미국인과 결혼한 여동생을 제외하고 다 모인다는 그의 말에 감동을 했다.
형님네 아파트 방이 3개라 거실과 합해서 그곳에서 하루 지낼 수가 있단다.
차가 몇시간이 밀려도 행복하게 그 불편을 감수한다.
하지만 옛날 같지 않은 것 같다.
우리형제들 처럼 산소에서 명절날 만나 차례를 지내는 가족도 많아졌다.
가족을 찾아 모이는 풍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오히려 떨어져 여행을 떠나는 시간으로 변해버렸다.
올해 공항이 예전 명절때 붐비던 상황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서서히 물러가면서 휴일날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모이는게 아니라 흩어져 지내는 시대가 되었다.
나도 이제 칠십대 중반으로 달려간다.
언제까지 체력이 받쳐줄지 모르지만 앞으로 십년은 건강하게 지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팔십대 중반까지 건강하다면 십년, 그 시간이 아마도 가장 행복한 시기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후에는 부모님처럼 병들고 힘이 빠져 정신도 약해진 노인으로 변하리라.
하루하루 약해지는 육체, 그래도 재미있게 살아가야한다.
육신은 늙어가도 정신만은 이십대로 살아가라는 말이있다.
건강하게 살다가 고생하지 않고 세상을 뜨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노인들이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가 바로 내 이야기가 되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정말 시간은 총알처럼 달려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