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초등학교 친구의 모친상을 갔다가 늦어서
근처의 친구네 집에서 하루밤을 보냇습니다.
34평의 넓은 아파트에서 혼자사는 친구...
그친구 아파트 거실에 이불깔고...
둘이 나란히 누웠습니다.
눕기전에...
우리는 식탁에 앉아 소주 한병에
생오징어 회를 내놓고
한잔씩 따라놓고 이야기를 시작했었지요.
회사이야기... 친구이야기...자식이야기..
하지만 내가 하품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래...자자...나도 내일 일하러 나가야혀...
회사가 코스닥에서 퇴출되면서 실사나오다해서...
그거 준비해야 되거든.“
그녀석의 회사가 코스닥에서 퇴출 당한다고 합니다.
사실 그회사는 내가 이년전까지 17년여 다닌 회사입니다.
친구도 나땜에 그회사에 들어와 십오년 가까이
지금까지 다니고 있구요.
나는 그회사를 나왔지만 남의 이야기가 아니더라구요.
한참 잘될때 현금을 몇백억씩 갖고 운영하던 회사였는데...
코스닥에서 퇴출을 당한다고 합니다.
“그래...다닐수 있을때까지 다녀라...정년때까지.”
저에게는 소중한 친구들이 몇 명있습니다.
녀석도 내가 어려움에 처하면 가장 먼저 달려올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소중한 인연을 끝까지 지킬 그친구는...
나랑 같이 중학교졸업하고 고등학교 다닐때
대천해수욕장에서 만나곤 연락이 끊어졌었습니다.
군대가고...취직하고...결혼하고...십몇년을 잊어먹고
살았는데...
이십여년전
어느날 갑자기 집에 엽서 한 장이 날라왔습니다.
“영로야...
너를 찾느라 몇 년 걸렸다. 어제서야 경창청에 조회해서
네주소를 찾았어..네가 본적을 바꾸는 바람에...
이 엽서를 받으면 꼭~~연락혀...“
그렇게해서 재회를 한 녀석입니다.
살다보니...
힘든일이 생기고...
세상의 빛이 노랗게도 되고...붉게도 타오르고...
그저 숨어살고 싶을때도 있는것 같습니다.
그친구가
가장 어려울때 나를 찾아 왔고...모든걸 털어놓고...
슬픈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할수 있는게 무엇인지
찾아보았지만 그 무엇하나 변변히 해주지 못했습니다.
그저 삶의 희망을 버리지 말자...
열심히 살다보면 빛이 보일게다.
우리 삶은 항상 원점으로 가게되어잇어.
네걸음이 무겁더래도
가슴만은 가쁜히 기쁨을 안고 시작하자.
그리고 지금...
넌...이렇게 넓은 34평의 새아파트를 네힘으로 장만해
누울 공간이 있잖아...
세상은
아직 살만한 세상이야.
필요한건 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지.
오늘 새아침 녀석의 집을 나오면서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띠며...역전에서 배웅하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 친구에게 좋은 일...행운이 가득하길
빌었습니다.
2005년 7월 24일 아침...
이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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