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천안 종합운동장 수영장 아시는지요?
작년 전국체전이 천안에서 열릴때 수영시합을 했던 천안에서
가장큰 수영장입니다.
어제저녁...
저는 수영장 관중석 스탠드에서 앉아 아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한시간 넘게 보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아니면 오전에 수영장에 가는 집사람...
그날따라 집에 일이 있어 낮에는 수영장에 갈시간이 없었습니다.
하루라도 수영을 안하면 안달이 나는 아내는 저녁때 저를 꼬여서
수영장에 같이 가자는 겁니다.
천안에 이사오기전에 예산에서 살 때
도고 온천 수영장을 6년여 다니며 수영을 익혀온 아내...
몇 개월전 제가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매일 이곳
천안 종합운동장 수영장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사우나 좋아하잖아...사우나 하는동안
난...수영하고...같이 가잔앙~ 응~”
안하던 얘교를 부리니 갈 수밖에...
마침 저는 그날 수영장하고 같이 붙어있는 사우나에 들어가
목욕이나 하고 아내가 수영이 끝날때즈음 매표소앞에서 만나는
거였죠.
1층 수영장에 먼저 들어가는 아내를 뒤로하고 저는 2층
목욕탕으로 올라갔습니다.
“20분있음 목욕탕 문닫는데...그래도 하시겠어요?”
“9시까지로 알고 왔는데...수영장하고 똑같이 끝나지 않나요?”
내 원참....
목욕탕 끝나는 시간이 수영보다 1시간 빠르더군요.
목욕탕은 저녁 8시에 끝나고 수영장은 9시에 종료되는 겁니다.
목욕하는걸 포기하고 수영장 관중석 스탠드로 올라가 앉아
수영장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수영장안은 봅날씨처럼 덥더군요.
한쪽에선 주부들이 수영강사의 지시에 따라 수영강습이 열중이고...
자유수영하는 아내를 찾아 두리번 거렸습니다.
다른사람보다 키가 큰 아내를 찾는건 아무것도 아니죠.
자유형에서 배형으로 접형으로 자유자재로 수영하는 모습의
아내를 저는 눈을 떼지 않고 보았습니다.
건장한 남자들과 같은 속도를 내는걸 확인했습니다.
“참 잘한다.... 실력이 보통이 아니네....”
처음으로 수영장에서 아내의 수영하는 모습을 보며...
몇 번 손을 흔들었지만 아내는 아직도 스탠드에 혼자 앉아
있는 나를 못 보았습니다.
스탠드에 혼자 덩그라니 앉아있는 중년남자...
수영에 몰입되어 신경을 쓰지 않는 그녀...
전에 몇번이나
저는 가끔 아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수영이 그렇게 좋아?”
“난...정말로 수영없이는 못살 것 같애요.”
“그럼 우리 나중에 이렇게 하자.내가 골프를 좋아하니”
“....”
“시골에 전원 주택지을때 골프 연습장옆에 수영장도
같이 만들까?”
“장난으로 하는 수영은 싫어요. 신경끄세요”
집사람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은 인정합니다.
지금도 집에서 탁구칠때 나날이 늘어나는 실력을 보면
어려서 운동선수로 키웠으면 성공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한참을 수영하던 그녀가...
드디어 저를 발견했습니다.
두손을 들고 반갑게 손을 흔들더군요.
목욕을 간단히 끝내고 나온줄 아는 모양입니다.
사우나를 그렇게 좋아하는 양반이 왜 빨리 나왔을까 의아해
하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몇십분동안 지켜본 줄 모르는 그녀...
물쌀을 가르며 힘차게 뻗어가는 쭉~빠진(?)
그녀의 수영 몸매를 확인했습니다.
힘과 활력이 넘치는 모습...
시원하게 물살을 헤치고 나가는 인어 한 마리...
그리고...
마음속으로 저는 다짐을 했습니다.
“다른 것은 못해줘도 수영만은 당신 죽을때까지 하게 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