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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함박눈이 내리는 예산 들녘...

아침부터 찌푸둥한게...
조짐이 이상하더니 점심먹고 흰가루가 내리기 시작한다.
<펄펄 눈이 옵니다.>
<하얀가루 떡가루를 하늘에서 뿌려줍니다>
어릴때 노래가 생각난다.

지난번엔 아침에 일어나서야 눈온걸 알았다.
두어시간 햇빛을 맞더니 하얀색이 금방없어졌다.
언제 눈이 왔었느냥...사라진 눈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늘 오후내내 함박눈이 내린다.
이런날 내가 이십대라면...
분명 연인을 불러내 테이트를 즐길덴테...
젊은 총각사원의 핸드폰이 불난다.
신이나게 무언가를 얘기한다.
<저녁에 분명 만나자는 얘기구먼>
속으로 생각했더니...
퇴근시간되자마자 쏜살같이 나가버린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은시절이다.

이제 나의 낭만은 사라졌는가?
눈이오면 집에 갈 걱정을 한다.
나의 데이트의 상대는 하얀눈...
눈과 같이 세상사는 이야기를하며 가다보면 집에 다다르겠지.
그리고 반겨주는 나의 식구들...
그재미로 사는것 같다.

오늘 낮...
눈이오는 시내를 잠깐 나와 보았다.
아스팔트길은 녹으면서 빙판길은 아니지만 차들이 거북이 운행을 시작했다.
길옆의 숲속의 앙상한 가지들...
낙엽이 떨어진 가지엔 하얀 눈꽃이 피기시작한다.
어느새 눈꽃이 피고...떨어지고...또피고...
눈꽃...
앙상한 가지에 달라붙은 하얀눈...
길다란 가지는 어느새 하얀색으로 물들여 놓는다.
가로등에 비치는 눈꽃은 정말로 휘황찬란하다.
그어느 네온사인이 이 눈꽃에 비할까?
겨울의 아름다움이 바로 저런 눈꽃의 향연이다.

오늘도 터벅터벅 눈이 내린 예산벌판을 걸어간다.
온통 하얀색들뿐...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또랑인지 알수가 없다.
작년에는 무릎가까이온날 걸어가다가 내가 다니던 길을 잃었다.
몇번인가 넘어지기도 하고...
눈감고도 가는 내퇴근길이 눈의 자연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그래도 눈길을 걷는건 재미있고 신난다.

서울에서 살때는 눈이 오면 아스팔트에 떨어지니 그날로 없어진다.
빌딩사이로 오는눈은 재미가 없다.
역시 눈은 이런 들판에 내리는게 제격이다.
땅위에 내린눈은 쉽게 녹지도 않는다.
하얀색의 장관이 펼쳐진 들판...
자연의 조화...
바로 이런맛에 시골에 산다.
땅에 눈이 쌓이면 겨울내내 녹지않고 그대로다.

처음 이곳에 와서 몇개월 주말부부때...
새벽에 내려오다 아산만을 건너니 눈이 �여있다.
눈길을 운전을 많이 안해본 나는 그런대로 굴러가는
차에 자신감을 갖고 길을 찾아 예산으로 향하였다.
중간에 어떤 신사한분이 손을 흔든다.
얼떨결에 태우고 커브길을 도는 순간...
차는 통제불능...
미끄러져 제멋대로 간다.
<어~ 어~>
옆에 태운양반 소리를 친다.
길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간신히 멈춘다.
누가 도운지 모르지만 차는 낭떠러지를 바로 앞에두고 섰다.

<아저씨~ 십년감수 했네요. 전 요앞의 중학교 교감이요>
교감 선생님을 황천길로 모시고 갈뻔했다.
긴장을 너무한 탓인지 아무말이 안나온다.
머리가 완전히 선상태가 되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눈길에 차는 위험하다.
아무나 태우는 것이 아니다.
그뒤부터는 눈오는날 아무도 안태운다.
남의 생명을 잃게 할지도 모르는 눈길운전...
조심해야 한다.
눈길에는 차를 아예 안가지고 가는게 상책이다.

뽀드득...뽀드득...
발을 덮을만큼 온 눈의 소리...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음악소리가 들린다.
누가 뒤에서 �아오는 기분이 들어 가끔 뒤도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온통 하얀색뿐...
멀리 보이는 가로등 불빛...
눈길을 헤치고 달리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을 등대삼아 계속 어둠속을 간다.
캄캄한 밤에도 하얀벌판은...아름답다.
가장 아름다운건 아침에 내려다본 하얀천지...
마음까지도 하얀색으로 변하는 느낌이다.

이번주 일요일에는 산에 가야겠다.
눈내린 산행보다 재미있는건 없다.
특히 덕산에 있는 가야산산행은 눈이 왔을때 가야만 제맛을 알게된다.
올라갈때 어려움보다 내려올때 미끄럼 타기...
정말 재미있다.

작년에 미끄럼을 신나게 타고 오는데 어떤 아저씨의 경고...
<그렇게 타고 오다 나무가지에 찔려 다친사람 있어요>
그뒤로 조심한다.
위험은 항상 평범한 곳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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